참기 힘든 졸음, '기면증' 의심해야 하는 상황은?
밤에 충분히 잤던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낮에도 계속해서 눈꺼풀이 내려앉아 졸음을 참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피로가 심하게 누적돼 있을 때 종종 나타나는 증상이기는 한데,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한 졸음이 너무 자주 반복된다면 기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기면증은 정확히 어떤 증상을 유발하는지, 구분해야 하는 질환에는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졸음 외에 환각, 가위눌림 등 동반돼…구분 필요한 질환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기면증은 주로 15세에서 25세 사이의 젊은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하이닥 신경과 상담의사 한진규 원장(서울스페셜수면의원)은 "수면과 각성에 관여해 시차 적응을 돕는 호르몬을 '하이포크레틴'이라고 하는데, 이 호르몬이 적게 나오면서 인체의 수면 패턴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기면증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낮 시간대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느껴지는 것인데, 이를 수면 발작(sleep attack)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어 있을 수 있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드는 것이 특징인데, 약 15~20분 정도가 지나면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는 편이다. 안전한 환경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운전 중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졸음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증상으로 꼽히는 것이다.
다만 낮에 졸리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기면증을 의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외에도 잠에 드는 순간 생생한 꿈같은 환각을 보거나,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지 못하는 수면 마비(가위눌림)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탈력 발작'이라는 증상을 겪기도 하는데, 웃거나 놀라는 등 감정적으로 강한 반응을 보일 때 갑작스레 몸의 힘이 빠져버리는 것을 말한다. 환자마다 각 증상별로 중증도가 다를 수 있고, 몇 년에 걸쳐 다른 증상이 서서히 발현되기도 한다.
한진규 원장은 "졸릴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기면증을 의심할 수 있기는 하지만, 주간 졸음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과의 구분은 필요하다"라며 "깊이 잠들지 못한 탓에 수면 시간이 너무 길어져 일상생활에 피해를 겪는 과수면증,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과도한 졸음이 몰려오는 비정형 우울증 등과 구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야간 수면다원검사 외에도 주간 졸음을 판단할 수 있는 검사를 시행해 봐야 한다는 것이 한 원장의 설명이다.
꾸준히 증상 조절하는 치료 시행해야…생활습관 관리도 중요
기면증은 현재로서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주간 졸림 증상이 심하다면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각성제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고, 탈력 발작을 개선할 때는 항우울제 계열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은 기본이며, 낮잠 또한 적절히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이닥 이비인후과 상담의사 이종우 원장(숨수면의원)은 "졸음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졸음운전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라며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억지로 버티기보다는 하루 중 1~2번, 15~20분씩 일부러라도 짧게 자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숙면에 방해가 되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나 차 등의 섭취를 줄이고, 식곤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고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진정 작용을 해 졸음을 유발하는 약물을 복용하기 전에는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으며, 수면 외에 식사나 운동 등의 생활 패턴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도움말 = 한진규 원장(서울스페셜수면의원 신경과 전문의), 이종우 원장(숨수면의원 이비인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