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와 장 건강 모두 위협…초가공식품이 건선 악화시킨다
최근 들어 초가공식품 섭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은 매년 오름세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섭취 에너지 중 약 26%가 초가공식품에서 비롯된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다수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식품이 건선 발병과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됐다.
초가공식품, 건선 발병 위험 36% 높인다
건선은 피부가 붉게 변하는 홍반과 하얀 각질이 쌓이는 인설이 주요 증상이다. 피부가 두꺼워지고 홍반과 인설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심할 경우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한다. 주로 팔꿈치, 무릎, 다리, 두피와 같이 눈에 잘 띄는 부위에 발생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건선의 원인이 면역 체계 이상과 염증 반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식단이 건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에스트 크레테이유대 피부과 에밀리 스비디안 교수팀은 초가공식품이 체내 염증을 유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2021~2022년 프랑스에서 수집된 1만 8,528명의 건강과 식단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초가공식품 섭취량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뉘었으며, 각 그룹의 건선 유병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활성 건선(active psoriasis) 위험이 3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초가공식품을 △카제인 △유당 △글루텐 △말토덱스트린 △고과당 옥수수 시럽 △경화유 △향미 강화제 등이 포함된 식품으로 정의한다. 대표적으로 가공육, 가당음료, 라면, 초콜릿 등이 있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섭취가 피부 세포의 염증 반응을 유발해 건선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초가공식품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장 누수(leaky gut)를 유발해 면역 반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건선, 면역과 식단이 관건…피부과 전문의가 답하다
피부과 전문의 박은주 교수(한림대성심병원)는 "건선과 음식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지 않고, 그 연관성을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이번 게재된 연구 결과는 초가공식품과 건선과의 연관성에 대한 최초의 발표로, 큰 의의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박은주 교수와 함께 이번 연구 결과와 더불어 건선에 대해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눠봤다.
q. 건선은 어떤 질환인가요?
건선은 면역 이상 반응으로 인해 피부에 염증이 생기고, 그 결과 홍반과 함께 각질이 쌓여 두꺼운 판을 형성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입니다. 면역세포인 t림프구와 가지돌기 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피부 세포의 정상적인 분열 및 발달 과정이 교란되고, 결과적으로 각질이 과증식하여 비늘 같은 형태로 쌓입니다.
q. 논문에서 언급된 '활성 건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활성 건선'은 염증 활동성이 높은 건선 상태를 의미합니다. 피부가 붉어지거나 병변이 커지고, 새로운 병변이 생기며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등 증상이 악화되는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활성 건선의 명확한 임상적 기준, 예를 들어 건선 중증도 지수(pasi)나 병변의 크기 및 심각도를 정의해 놓은 연구는 없으며, 이 논문에서도 설문을 기반으로 한 환자의 자가 보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q. 논문에서 초가공식품이 체내 염증을 유발해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염증 반응이 건선 발병과 악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건선은 피부에 국한된 질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신성 염증 질환입니다. 피부뿐 아니라 손발톱, 관절, 심혈관계 등 다양한 부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치료를 소홀히 하거나 관리가 부족하면 염증이 진행되어 심혈관계 질환이나 관절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가공식품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증가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전신에 염증 반응을 촉진합니다. 이러한 전신 염증 상태는 t세포를 자극해 피부 세포의 과증식을 유도해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초가공식품이 직접적으로 t림프구에 미치는 구체적인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향후 t세포 활성화와 건선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초가공식품 섭취가 비만이나 대사증후군과 연관이 있다는 점도 건선에 영향을 미칠까요?
맞습니다. 초가공식품 섭취는 비만, 대사증후군 등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는 건선과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비만한 경우 tnf-α와 il-17 등 염증성 물질의 수치가 높아지고, 건선의 염증 반응이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초가공식품 섭취가 직접적으로 염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등을 유발해 간접적으로도 건선 악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죠.
q. 장내 미생물과 건선의 연관성도 언급됐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건선 환자는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낮고, 유익균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페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과 파라박테로이드(parabacteroides)와 같은 유익균이 감소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의 생성도 줄어듭니다.
장내 미생물이 불균형해지면 장벽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독소나 염증 물질이 혈류로 유입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신 염증이 심화되며, 피부 염증이 악화되어 건선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q. 장내 미생물을 개선하면 건선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까요?
그렇습니다. 장내 미생물의 변화는 '장-피부 축(gut-skin axis)'을 통해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건선 병변의 주요 병태생리와 연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나 식단 조절을 통해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건선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항염증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q. 건선 환자에게 권장하는 구체적인 식단이 있다면요.
건선 환자들에게는 체중 관리가 중요합니다. 과체중이나 비만 상태에서는 건선 증상이 악화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트랜스 지방, 포화지방, 당류가 많은 음식은 피하고, 저칼로리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 고등어와 같은 생선과 항산화 성분이 많은 과일, 채소는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너무 엄격하게 식단을 제한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건선 환자들에게 생활습관 측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건선 환자는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피부가 긁히거나 상처가 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운동 시에는 피부를 보호하는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습제를 자주 발라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스트레스는 건선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명상, 요가, 음악 감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흡연과 과음은 건선을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염도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손 위생을 철저히 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도움말 = 박은주 교수(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전문의)